돼지털? 아직도?
04 Jun 2022LG의 20년전 광고입니다.
“디지털 세상 이잖아요”를 말씀하셨던 분이 이제는 시니어가 되셨을것입니다.
달라진 디지털 세상에서 불편함없이 살아가고 계실까요?
저출산, 기대수명 연장, 고령화
우리나라 인구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빠지지 않는 단어들이죠.
위 광고처럼 이런 변화는 20년전에도 이야기되어오던 주제들입니다.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어가고, 그에 따른 문제들이 불거져나옴에 따라
더 관심을 받고 있는 모습 같습니다.
“몰라도 불편함은 없지만 알면 더 좋은 디지털!”에서
“모르면 불편한 디지털 세상”으로 변한것이죠.
언제부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입던 옷, 먹던 음식, 살았던 집, 일했던 환경, 주변 사람들과 나누었던 대화. 세대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는 경험들이 달라서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만 있다면 해결은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형성되었던 공통 요인”을 찾는다는 것. 어렵습니다. 변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당장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를 만든 경험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세요. ‘인간의 삶’이라는 복잡계를 정의할 수 있는 모델이 있지 않은 이상 기술로 풀어낼 만한 이슈로 보기 어렵습니다. 추측 모델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확인을 위한 검증모델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도전적인 문제입니다. “당신의 삶은 이 이유로 인해 바뀌었나요?”라고 질문하여 얻어낸 답이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시간 축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과거로부터 현재를 귀납하는 방식에서 현재 시점의 명제들을 찾아 미래를 연역해보는 방법으로. 다들 귀납법, 연역법은 학교 다닐 때 배우셨잖아요…?
어떤 복잡한 이유로 사람들에게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또한, 사용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이 두 주체가 속한 국가의 입장으로 나누어서 분석해보았습니다.

디지털 인프라를 어려워하는 사용자들은 인지능력과 경험이 부족합니다. 경험은 이전 세대 대비 상대적인 것이고 인지능력은 신체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당연히 서비스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쌓이지 않게 됩니다.
어려움을 느끼더라도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카카오톡이나 밴드 같은 서비스들이 그 예입니다. 주변에서 당연하게 사용되는 서비스들은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사용하게 되는 요인이 됩니다. 이런 소수의 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 서비스는 인지능력과 경험 부족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점점 서비스로부터 멀어져갑니다.

현재 대부분 서비스는 인프라 사용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용이 불편하다고 해서 “새로운 인터넷을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아무리 큰 회사라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인프라에 관한 내용은 국가나 기관 등 좀 더 공익을 위해 모여있는 기구에서 정책으로 다루어집니다. 회사들은 그 안에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들을 하는 것이고요.
여기서 인구 변화가 방아쇠를 당깁니다. 고속도로를 뚫어놓고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죠. 하이패스를 만들어 팔고 있던 회사들은 수익성이 감소하자 각종 첨단 기능을 넣어 경쟁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기존에 자동차를 안 타던 사람들은 오랜만에 고속도로를 타고 가려 하이패스를 사용하려 했다가 엄청나게 복잡해진 사용 방법에 그냥 국도를 타고 가려고 생각해버립니다. 하이패스를 사기보다는, 조금 불편하지만, 본인이 해결 가능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당연히 이것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입니다. 실제 하이패스 제품의 상황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국가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시청, 구청에 가보면 오늘도 디지털 시민 정보화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효과도 있어 보입니다. 문제는 기술과 서비스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보화 교육교재와 실제 구글 지도의 차이입니다. 이것은 교재를 만드시는 주체의 능력 부족이 아닙니다. 서비스들은 지금도 개선되고 있으며 당장 내일 UX가 바뀌어 업데이트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변화를 지지하고 그에 걸맞은 환경들이 제공됩니다. IT는 그렇게 자라납니다.
반면에 교육은 보수적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결과와 역사, 사례에서 핵심을 간추리고 의미 있는 내용을 뽑아 진리를 집대성합니다. 예전 교과서에선 “사과” 하면 “대구” 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과를 특산물로 내세우는 곳만 20곳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특산물지도가 교과서에 실릴까요? 그보단 기후에 관한 내용에 부가적인 자료로만 실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래처럼 말이죠.

이처럼 교육이라는 것은 그 개념 자체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IT와 그 상극에 서있다고 볼 수 있는 교육의 사이에서는 완충재가 필요합니다. 특히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복지와 첨단 산업을 이끄는 개발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정부와 같은 큰 조직에서는 이 간극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비용이 부담될 것입니다. 세대별로 필요한 교육도 끊임없이 바뀔 것이고요.
저희만 아는 내용은 아닙니다. 이미 이런 비슷한 내용을 파악하여 정부 주도로 ‘쉬운’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접근성 표준을 만드는 일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라우저 3개의 표준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HTML5 표준은 2014년에 완성되었지만, 몇십 년째 어려움을 겪다가 요즘에서야 조금씩 가시화되어간다는 점. 그것마저 IE가 사라져서 큰 역할을 했다는 점. ActiveX는 없지만, 여전히 수많은 설치프로그램 없이는 완전히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보면 분명 금방 될만한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이슈들을 바라보건대, 단방향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고 서비스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이고리를 끊어낼 만한 어떤 주체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이런 문제를 파악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여 지속해서 디지털 격차의 고리를 끊고 다리를 놓는 일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여기는 그 과정을 기록하는 곳이 될 것이고요.
저희 슬로건 공유해 드리면서 이번 글은 마무리하겠습니다.
경험이 멈추지 않는 삶
A life where experience never stops


